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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

하이힐을 신으면 왜 허리가 아플까 — 굽 높이가 몸에 남기는 흔적

by H.Sol | Body Lab 2026.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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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을 신으면 왜 허리가 아플까 — 굽 높이가 몸에 남기는 흔적

두 시간짜리 결혼식이었다. 식이 끝나고 드디어 자리에 앉았는데, 신발을 벗는 순간 발보다 허리가 먼저 반응했다. "아"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뭔가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 굽이 사라지고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으면서 등 아래쪽이 천천히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그 감각 — 그게 꽤 선명했다.

하이힐을 신으면 왜 허리가 아플까 — 굽 높이가 몸에 남기는 흔적
사진:
CHUTTERSNAP
/
Unsplash

다음 날 아침이 더 이상했다. 발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허리가 먼저 뻐근했다. "어제 신발이 허리까지 왔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나오는 글은 대부분 발 얘기였다. 굳은살, 무지외반증, 발목 부상. 정작 왜 허리가 아픈지를 설명해주는 글은 찾기가 어려웠다.

검색하다가 결국 탭을 닫은 경험이 있다면, 이 글이 그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하이힐을 신지 마세요, 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굽이 몸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리고 왜 유독 허리까지 오는지를 같이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하이힐을 신는 사람의 58%가 허리 통증을 겪는다

처음 이 수치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하이힐을 신는 사람의 약 58%가 허리 통증을 경험한다고 보고된다. 절반이 넘는다. 하이힐 신은 저녁에 허리가 뻐근하다고 해서 체력이 약하거나 유별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건 꽤 흔한 반응이고,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하나 짚어야 할 표현이 있다. 이 연구는 허리 통증이 하이힐 "때문이다"가 아니라 "연관이 있다(associated with)"고 기술한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의학 문헌에서는 꽤 다른 의미다. 인과가 아니라 상관이라는 뜻이고, 현재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표현이다.

"하이힐이 허리를 망가뜨린다"는 단정과 "하이힐은 허리에 아무 영향이 없다"는 말 사이 어딘가가 실제다. 그 어딘가를 찾는 게 이 글의 목적이다.

58%는 낮지 않은 숫자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사람 열 명이 있으면 그중 여섯 명 가까이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혼자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일단 이 숫자가 먼저 말해준다.


발에 굽이 붙는 순간, 몸 전체가 앞으로 밀린다

왜 발이 아니라 허리일까? 하이힐이 왜 허리에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몸의 균형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무거운 가방을 가슴 앞에 안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앞에서 무게가 당기니까 자연스럽게 상체가 뒤로 젖혀진다. 넘어지지 않으려는 몸의 반사 반응이다. 하이힐을 신을 때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정확히 그 반대 구조다.

굽이 올라가면 발뒤꿈치가 들리고, 그 순간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밀린다. 몸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상체를 뒤로 세운다. 이 과정에서 골반이 앞쪽으로 살짝 기울고, 허리의 아치가 변한다. 나도 까치발로 5초만 서 봤을 뿐인데, 몸이 반사적으로 버티려는 그 느낌이 바로 왔다.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골반을 작은 그릇이라고 생각해보면 조금 더 쉽다. 그 그릇이 앞쪽으로 기울어지면 담긴 내용물이 앞으로 쏟아지는 방향이 된다. 이 기울기를 버티기 위해 허리가 그 이상을 메우려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이것이 골반 전방경사(anterior pelvic tilt)라고 불리는 상태다. 그리고 허리 아치가 깊어지거나 변하는 상태를 요추 전만(lumbar lordosis) 변화라고 부른다.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와 2024년 Cureus 연구에서 공통으로 확인된 내용이 있다. 굽 높이가 높아질수록 발목의 굴곡 각도와 골반의 회전 범위가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발에서 시작된 변화가 발목, 무릎, 골반, 허리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쇄 구조라는 뜻이다.

발에 굽이 붙는 순간 시작된 그 연쇄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 이제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허리 아치는 깊어질까, 얕아질까 — 연구가 엇갈리는 이유

"하이힐을 신으면 허리 아치가 심해진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게 현재 학술 문헌들이 내놓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다.

PMC에 실린 학술 내러티브 리뷰와 PubMed에 등재된 복수의 연구들을 같이 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일부 연구에서는 하이힐 착용 시 요추 전만 — 허리 아치가 깊어지는 상태 — 이 증가한다고 보고한다. 그런데 다른 연구에서는 오히려 요추 전만이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하이힐로 걸을 때 허리 아치가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보고한 PubMed 등재 연구도 있다.

왜 이렇게 갈릴까?

연구들이 지적하는 원인이 몇 가지 있다. 연구마다 참여자의 나이, 굽 높이, 착용 경험의 정도, 측정 방법이 달랐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차이는 "얼마나 오래 신어왔는지"다. 나도 처음엔 이게 좀 답답했다. 연구마다 다른 소리를 하니 뭘 믿어야 하나 싶었다.

2024년 Cureus 연구에서 이 차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습관적으로 하이힐을 자주 신는 사람은 골반 전방경사와 허리 아치 심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비습관적 착용자 — 결혼식이나 특별한 날에만 신는 경우 — 에서는 오히려 반대 방향의 자세 반응이 관찰됐다.

몸이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산을 들고 있을 때 비가 많이 온다는 통계가 있다고 해서 우산이 비를 부르는 건 아니다. 하이힐을 자주 신는 사람에게 자세 변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하이힐이 단방향으로 허리를 망가뜨린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함께 관찰되는 패턴이지, 단순 인과로 묶이지 않는다.

매일 하이힐을 신는 사람의 자세와, 결혼식날 처음 굽 있는 신발을 꺼낸 사람의 반응이 왜 다를 수 있는지 — 그게 이 연구들이 설명하는 구조다. "다들 아프다"도, "신어도 아무 문제 없다"도 아닌 자리에 실제 답이 있다.


하이힐이 남기는 몸의 흔적 — 종아리부터 허리까지

그런데 그 흔적이 왜 하필 허리로 향할까? 굽 있는 신발을 벗고 나서 다음 날, 종아리가 유독 뻣뻣하게 당겨본 경험이 있으시면 이 부분이 특히 와닿을 것이다. 나도 하이힐 벗은 다음 날 종아리부터 당기는 걸 느껴본 적 있다. 그때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건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하이힐을 신고 있는 동안 발뒤꿈치는 땅에서 들려 있다. 종아리 근육과 발뒤꿈치까지 연결된 아킬레스건은 이 상태로 수 시간을 버틴다. 근육과 힘줄은 이 위치에 반복적으로 놓이면, 그 상태를 기본값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조금씩 적응해간다. 짧아진 상태가 "이게 보통이야"로 굳어가는 과정이다.

HIGH HABITS 체계적 리뷰는 하이힐 착용이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의 단축을 유발할 수 있음을 정리한 연구다. 중요한 건 이 변화가 발목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아리가 짧아지면 걷는 방식이 바뀐다. 발목이 충분히 구부러지지 않으니 그 움직임 부족분을 몸 어딘가가 메워야 한다. 어떤 사람은 무릎을 더 쓰고, 어떤 사람은 골반의 움직임이 커지고, 어떤 사람은 목의 아치를 늘려 균형을 잡는다. 이걸 보상 적응이라고 한다. 한쪽에서 만들어진 기울기를 다른 쪽에서 상쇄하려는 몸의 자동 반응이다.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서도 이 보상 패턴이 기술돼 있다. 다리 관절에서 흡수하느냐, 경추 쪽으로 전달되느냐가 개인 차이로 나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하이힐 착용자 중에는 허리가 먼저 오는 사람도 있고, 목이 먼저 오는 사람도 있고, 무릎이 먼저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발에서 시작된 변화가 위로 올라오면서 어느 지점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연결 자체는 하나다.

"하이힐을 신었는데 왜 나는 허리야", "왜 나는 목이야"라는 질문에 이 구조가 답이 된다. 내 몸이 보상을 어디서 택했느냐가 다른 것이다. 그리고 굽 벗은 다음 날 종아리가 특히 뻣뻣하게 당긴다면, 그 종아리가 이미 이 연쇄의 출발점에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래서 신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판단의 기준 세 가지

그래서 신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여기서 "하이힐은 나쁩니다"로 끝내는 건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글은 이미 많다.

더 도움이 되는 건 판단 기준이다. 내 몸이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읽는 질문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얼마나 자주 신는가.

앞에서 봤듯이, 습관적 착용자와 비습관적 착용자에서 몸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난다. 경조사나 중요한 자리에 가끔 신는 경우라면 몸이 그 상태에 장기적으로 적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반면 출근할 때마다, 혹은 거의 매일 하이힐을 신는 경우라면 몸은 이미 그 자세를 "기본"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빈도가 달라지면 몸의 반응도 달라진다.

두 번째. 얼마나 오래 서 있는가.

같은 굽이라도 두 시간 서 있는 것과 여섯 시간 서 있는 것은 다르다. 신는 것 자체보다 시간 누적이 핵심인 경우가 많다. 결혼식에서 피로연 내내 서 있었던 날과, 같은 신발이어도 자리에 주로 앉아 있다가 필요할 때만 일어섰던 날은 허리에 쌓이는 부담이 다르다. 굽 높이만 보지 말고, 그 굽을 신고 서 있었던 시간을 같이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째. 신은 다음 날 몸이 뭐라고 하는가.

이게 가장 정직한 신호다. 다음 날 아침 허리가 먼저 뻐근한지, 종아리가 당기는지, 발뒤꿈치가 뻣뻣한지. 같은 하이힐이라도 다음 날 몸이 "어, 괜찮네"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아침부터 이미 허리가 뻐근한 사람이 있다. 후자라면 몸이 누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걸 "원래 이 정도는 있어"로 계속 넘기면 누적이 쌓인다.

이 세 가지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다. 몸은 개인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어느 지점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는지도 다르다. 세 가지를 하나씩 짚어보니, 나는 유독 두 번째에서 걸렸다. 서 있는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다만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연결해서 읽는 습관 자체가 판단의 시작이 된다. 하이힐을 완전히 끊어야 하는가보다, 내 몸이 지금 어디 있는지를 먼저 아는 게 순서다.

지속적으로 통증이 이어지거나, 다리 저림이나 마비 감각이 동반된다면 혼자 해석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증상은 단순 자세 문제 이상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마무리 — 굽을 벗고 나서 5초만

도입에서 던진 질문 — 왜 발이 아니라 허리에 오는가 — 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정리됐을 것이다.

굽이 올라가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밀리고, 몸은 그걸 버티기 위해 골반과 허리의 위치를 바꾼다. 종아리는 이 상태에 익숙해지며 조금씩 짧아지는 방향으로 적응하고, 그 영향이 걸음걸그래서 위로 올라온다. 어느 지점에서 먼저 터지느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하이힐을 완전히 끊으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오늘 저녁, 하이힐을 벗고 나서 벽에 등을 대고 5초만 서 보는 것을 해보면 어떨까. 굽이 사라지고 발뒤꿈치가 바닥에 완전히 닿을 때 허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감각을 한 번 알아두는 것이다. 내 몸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순간을 느껴보는 것 — 그게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시작이고, 내 몸의 신호를 읽기 시작하는 첫 번째 자리다.


참고 자료

  • Nature Scientific Reports, 하이힐과 허리 통증 유병률 및 보상 적응 연구 (PMC11039660)
  • PMC 학술 내러티브 리뷰, 하이힐과 요추 전만 관련 문헌 정리 (PMC3206568)
  • 2024 Cureus, 하이힐 착용 시 골반·척추 자세 변화 및 착용 습관 차이 분석 (PMC10994651)
  • HIGH HABITS 체계적 리뷰, 하이힐 착용과 종아리근·아킬레스건 단축 및 근골격계 영향 (PMC5537921)
  • PubMed 등재 연구, 하이힐 보행 시 요추 전만 변화 (28407504)
  • ScienceDirect, 굽 높이때문에 생기는 골반·척추 자세 변화 분석 (S0966636217309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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